The Style (2002년 8월호) : 남자를 유혹하는 페로몬 보고서

수백 리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제 짝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찾아오는 동물들의 말초적 감각에 신기해했던 우리. 그러나 인간에게도 그처럼 이성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 이성의 눈을 멀게 한다는 페로몬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The Style (2002년 8월호) : 남자를 유혹하는 페로몬 보고서한 남자가 자동차를 타고 가고 있다. 야밤에 음악을 들으며 강원도 산길을 혼자 차를 몰고 가던 그는 갑자기 ‘헉~’ 하는 성적 흥분에 못 이겨 갓길에 차를 세운 채 한동안 운전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도대체 그가 갑자기 흥분한 이유는? 카오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여성그룹 베이비 복스의 ‘get up’ 이라는 노래 때문이었다. 평소 앞에 훌렁 벗고 야사시한 누길을 주는 여자들 앞에서도 시큰둥했던 그가 동요한 까닭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남자들은 어떤 것에 성적 반응을 하고 어떤 것에 반응을 하지 않는 건지, 어떤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어떤 여자들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 건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하는 여자들에게는 풀기 어려운 숙제이다. 보통은 ‘예쁘면 그만이다’라고 생각을 하게 마련. 그래서 때로는 이성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마음으로 얼굴에 칼을 대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논리 하나만을 신봉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성에게 인기를 얻기란 애초에 실패다. 문제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며 예쁜 것과 ‘호감’이나 ‘매력’을 느끼게 하는 무엇인가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이성을 유혹하는 기본 요건이란
사람들은 오감을 통해 타인을 받아들인다. 때문에 아름답고 성적인 환상을 일으키는 시작적인 자극이 이성에게 어필하는 것은 기본이며 그와 더불어 이성의 체취와 촉감, 타액이나 체액의 맛까지도 이성을 끄는 요소가 된다. 일반적으로 전형적인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은 일단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단계에는 성공한다. 그러나 그것이 매력이 되어 그의 마음까지 얻게 하는 데에는 아직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이를 증명하듯이 ‘훨씬 예쁜 여자’ 보다도 남자들을 끄는 매력이 있는 ‘덜 예쁜’ 여자들의 입장에서 ‘왜 저 여자가 인기가 있는 거지?’ 라며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허다하게 많다는 것이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녀들에게는 특별한 것, 페로몬이 있다?
왜 그녀들은 외모와 성격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남자들이 꼬이는 것일까. 학자들은 그런 매력 요소의 하나로 페로몬을 제기했다. 동물들에게 동종(同種)과 이성(異性)을 찾아 생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페로몬이 사람에게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제2의 후각이라고 하는 콧속의 ‘서골코기관’이라는 곳에서 페로몬만을 감지하는 제2의 후각신경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성적 본능을 자극하게 된다고 한다. 때문에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유독’ 어떤 이성에게 매우 끌린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 느낌은 ‘호감’이라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는 게 그들의 이론이다.
‘페로몬’이 매우 강한 최음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합성 페로몬을 향수에 첨가한 ‘페로몬 향수’는 이미 알음알음으로 퍼져나갔다.
한 온라인 쇼핑 상점에서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 물품이 바로 ‘페로몬 향수’라고 한다. 그 업체에서만 한 달에 300개이상 팔렸다.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복잡 미묘한 욕구란 페로몬이 전부인가?
물론 사람도 동물의 한 종이기에 페로몬이라는 자연 생리적 요소에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이성간을 맺어주는 전부는 아니다. 특히 잠자리에서는 요부요 낮에는 현모양처며 자식에게는 고고한 어머니이기를 요구하는 우리나라 남자들의 심리에는 독특한 면이 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시각연구실의 김한경 씨와 박수진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들은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두가지 요소를 다 가지고 있는 얼굴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박사의 실험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들은 ‘눈이 크고 콧방울은 작은 여성, 섹시하면서 청순한 여성’을 가장 미인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에 웃는 표정도 미인을 평가하는 데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아름다움의 기준은 달라질 수도 있다. 외국 연구결과를 보면 여자의 경우 짧은 만남에서는 거친 얼굴의 남성을, 오랜 만남에서는 부드러운 얼굴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남자들이 보통 말하는 ‘예뻐도 질리는 얼굴이 있다’라는 것이 이러한 학술 연구에 들어 맞는다. 때문에 박수진 박사는 ‘보기 좋은 미인의 얼굴이 반드시 호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나 동료 등 지속적으로 만나는 관계에서는 보통 얼굴이 더 호감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이처럼 미인이 되기도 어렵고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기본 사양은 있지만 정석이 없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알고 대처하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진한 화장과 헐벗은 듯한 옷차림, 과도한 성형수술이 매력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가꾸는 것이 현명할 듯 하다. 외모를 가꾸는 만큼 자신의 마음을 가꾸고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밝게 미소 짓는 표정을 짓도록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그의 마음을 끌 더욱 확실한 방법은 아닐지.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며 가꿀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조차 사랑하지 않는 자신을 사랑해 줄 이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